디지털 장의사

디지털 장의사로 취업 성공한 실제 사례와 준비 전략

mystory-202506 2025. 7. 4. 17:58

1. "디지털 장의사"라는 말조차 몰랐던 나, 우연한 계기로 인생이 바뀌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은 내 사전에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미디어 콘텐츠를 전공했고, 디지털 환경에 대한 감각은 있었지만, 죽음과 정리라는 키워드가 내 커리어와 연결될 줄은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포럼에서 “디지털 흔적의 사후 처리”라는 주제를 듣게 되었고,
거기서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놀라웠던 건 그들이 하는 일이 단순한 계정 삭제가 아니라,
사람이 남기고 떠난 디지털 유산을 정리하고, 유족의 심리적 회복까지 고려한다는 점이었다.
‘기록을 삭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억을 정리하는 사람’이라는 설명은
내가 꿈꾸던 콘텐츠 기반의 직업과도 어딘가 맞닿아 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스스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관련 기사, 해외 사례, 법률적 배경, 그리고 몇 안 되는 국내 서비스 업체들까지 조사했고,
마침내 한 디지털 장의사 업체의 ‘실무 보조직’ 인턴 채용 공고를 발견했다.
이 글은 내가 그 자리에 지원해서 취업에 성공하기까지의 경험과,
그 이후 어떤 일을 배우고 성장했는지를 기록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글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가능성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디지털 장의사 취업 성공

 

2. 채용에 성공하기까지: 내가 준비했던 3가지 전략

디지털 장의사는 아직 제도화된 자격증이 없고,
관련 학과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입사 준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가진 역량을 ‘이 직업에 맞게 해석해내는 것’이 핵심이었다.

첫째, 콘텐츠 분석 능력을 강조했다

나는 학교에서 디지털 콘텐츠의 구조와 의미 해석을 배운 경험을 포트폴리오로 녹였다.
예를 들어 “고인의 SNS 기록을 시간 순으로 재배열해, 유족이 볼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작업은 결국 ‘디지털 아카이빙’이다”라는 논리로,
내 콘텐츠 분석 역량이 이 직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구체화했다.

둘째, 감정 배려 능력을 강조했다

디지털 장의사의 업무는 사람의 죽음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그래서 상담 지원 능력과 정서적 민감성,
‘지우지 않고 정리할 수 있는 언어적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는 상담 동아리 활동, 자원봉사 경험,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글로 풀어낸 작업물 등을 함께 제출했다.

셋째, 모의 정리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했다

지원 당시 실제 고객 사례는 접할 수 없었지만,
‘가상의 고인이 남긴 디지털 흔적 리스트’를 설정하고
그걸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를 문서로 작성해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각 플랫폼별 정책, 삭제 가능 여부, 데이터 정리 방법, 유족 커뮤니케이션 시뮬레이션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면접관은 이 보고서를 보고 “현장 업무 흐름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해주었고,
나는 정식 채용 대상자로 통보받게 되었다.

3. 실무에 들어가서 배운 것: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정서

취업에 성공한 이후, 나는 생각보다 빠르게 현장에 투입되었다.
고인의 이메일, 클라우드 사진, 유튜브 채널, 구독 서비스, 미결제 내역, SNS 등
‘지워야 할 것’과 ‘남겨야 할 것’을 구분하는 일이 매일같이 주어졌다.


그러나 진짜 어려운 건 기술이 아니라, 감정의 온도를 읽는 일이었다.

어떤 유족은 전부 삭제해달라고 요청하지만,
며칠 후 다시 연락해 “그 사진은 남겨둘 걸 그랬어요”라고 말한다.
어떤 유족은 말없이 맡기고 끝까지 결과만 확인하길 원한다.
디지털 장의사로 일하며 나는 기록을 다룬다는 것이, 곧 감정을 다룬다는 것임을 절감했다.

실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유족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기록이 정리되니 마음도 가벼워졌어요. 이제 그 사람을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이 직업이 단순 서비스업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실감했다.

 

4. 디지털 장의사 취업 성공기, 이것은 직업을 찾은 이야기가 아니라, 의미를 찾은 과정이었다

처음 이 길을 선택할 땐, 나조차도 반신반의했다.
사람이 죽은 뒤의 일을 돕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부담감도 컸고,
내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디지털 장의사로서 일하며 나는 단지 데이터를 정리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인생을 한 줄씩 천천히 읽고, 그 속에 담긴 사랑과 관계를 함께 정리해온 것
이었다.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있다.
명확한 자격도 없고, 대학 전공도 따로 없지만,
이 일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한다.그리고 그들의 슬픔, 후회, 기억을
기술과 감정으로 함께 정리해줄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다.

 

내가 이 글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건,
디지털 장의사로 일한다는 것이 그저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 직업은 매 순간 선택을 요구한다.
지울 것인가, 남길 것인가.
고객이 감정적으로 무너졌을 때,
말 없이 곁에 있어줄 것인가, 아니면 실무만 할 것인가.
그 선택의 반복 속에서, 나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 일을 꿈꾸는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다.
처음에는 기술을 배우고, 상담을 익히고, 법률 지식을 쌓아야 하겠지만,
결국 이 직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 한 조각이라는 사실을.

디지털 장의사로 취업하는 길은 쉬운 길은 아니지만,
그 길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길을 걷는 사람은
매일 ‘죽음’이라는 단어를 마주하면서도,
결국은 ‘삶’을 정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