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의사를 가장 필요로 하는 직군 Top 5: 왜 그들이 요청하는가?
1. 디지털 장의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그들의 직업은 무엇이 다른가?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은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다. 대부분 고인의 SNS 계정을 정리하거나, 유족의 요청으로 메일함과 클라우드 사진을 정리하는 사람이란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단순한 사망자 정리 요청 외에도 생전에 디지털 흔적을 정리하고 싶다거나, 일정 시점 이후 모든 온라인 기록을 자동으로 소멸되게 해달라는 요청도 늘고 있다.
이처럼 ‘생전에 장의사를 찾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바로 자신의 디지털 흔적이 사회적, 법적, 혹은 감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업적으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남긴 메시지 하나, 영상 한 편, 게시글 한 줄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 흔적을 지워야 할 때’를 고민하고, 누군가에게 그 작업을 맡기고자 한다.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장의사를 가장 먼저, 자주, 체계적으로 찾는 직군 Top 5를 정리하고, 왜 그들이 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장의사 입장에서 해당 직군의 디지털 흔적이 어떤 특성을 가지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2. 디지털 장의사가 가장 많이 만나는 직군 Top 5
① 콘텐츠 크리에이터 (유튜버·블로거·인플루언서)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서 활동하며 수익을 창출한 사람들은 디지털 자산의 양이 방대하고 공개범위가 넓다. 사망 이후에도 채널은 운영되고 광고 수익은 발생하며, 일부 콘텐츠는 논란이 되거나 의도와 다르게 재가공될 위험도 존재한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들의 콘텐츠 아카이빙, 채널 폐쇄, 수익 계좌 해지, 저작권 정리 등 복합적 요청을 받는다.
② 변호사·의사 등 민감 직무군
고객의 정보를 다루는 직업은 사망 이후에도 유출 리스크가 가장 큰 직군이다. 특히 의료 기록, 상담 메일, 사건 관련 문서 등이 클라우드, 메일, 문자 메시지 등 다양한 경로로 남아 있다. 유족이 해당 정보의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 단순 정리를 넘어서 ‘정보주체 보호’라는 법적 프레임 안에서 처리되어야 한다.
③ 공직자 및 공기업 퇴직자
공무원, 공기업 고위직 출신들은 사후에 남겨진 온라인 흔적이 정치적,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회의록, 브리핑자료, 공문서 초안 등이 개인 기기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은 기록관리법과 상충될 수 있는 민감한 영역이기에 디지털 장의사의 판단과 중재가 필수다.
④ 연예인, 방송 제작자 등 대중 노출 직업군
이들은 생전에도 팬과 대중의 관심을 받는 만큼, 사후에도 디지털 흔적이 재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미공개 콘텐츠, 비하인드 촬영 영상, 비공식 계정이 문제 되는 경우가 많으며, 유족은 고인의 명예 보호와 관련해 장의사에게 요청을 한다.
디지털 장의사는 계정별 접근 권한과 콘텐츠의 재유포 방지까지 포함한 포괄적 보안 작업을 수행한다.
⑤ IT 업계 종사자 (프로그래머·개발자·보안 관리자 등)
기술 관련 직군은 ‘기록의 양’보다 ‘정보의 민감성’이 더 문제다. 사내 시스템에 접속한 이력이 있거나, 특정 프로젝트의 내부 로그, 테스트 서버 접근 기록 등이 사후에도 남아 있어 기업 측에서 정리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디지털 장의사는 고인의 개인 기록과 기업의 자산 사이에서 법적·윤리적 판단을 함께 수행해야 한다.
3. 이들이 남긴 흔적은 왜 정리되어야 하는가?
위에서 언급한 직군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디지털 공간에 ‘일반인의 수준을 넘는 흔적’을 남긴다는 점이다. 그 흔적은 단순한 게시글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타인의 권리와 얽히고, 법적 분쟁의 원인이 되며, 사회적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디지털 장의사에게 이들 직군의 요청은 단순 계정 정리를 넘어, 명예, 신뢰, 관계, 프라이버시, 상속 문제를 모두 엮은 고차원 정리 요청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유튜버의 경우, 수익 계정이 고인의 명의로 되어 있으면 수익금은 법적으로는 상속 대상이지만, 플랫폼은 생전 위임장이 없다면 접근을 막는다. 의료인이나 변호사의 경우, 사망 이후에도 남겨진 기록이 해당 사건 당사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어 삭제 요청이 들어온다. 연예인의 경우, 비공개 콘텐츠가 외부로 유출되면 고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
이처럼 각 직군의 디지털 흔적은 생전에 단지 업무의 일부였지만, 사후에는 기억, 자산,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디지털 흔적은 더 세심하게 다뤄져야 하며, 정리의 방식도 더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4. 직업이 남기는 흔적, 정리의 무게도 다르다
사람이 죽고 나면, 남겨진 건 물건만이 아니다. 특히 오늘날처럼 누구나 디지털 공간에서 활동하며 무언가를 기록하는 시대에는, 사망 이후 남겨지는 데이터의 양과 성격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는 대개 ‘직업’에서 비롯된다. 누군가는 평범한 일상을 담은 블로그 몇 개로 흔적이 정리되지만, 누군가는 수많은 영상, 문서, 기획안, 수익 계좌, 계약 파일 등을 남기고 떠난다.
디지털 장의사에게 이런 흔적은 단지 정리 대상이 아니라, 삶의 흔적을 해석하고 분류하는 일이다. 특히 고인의 직업이 사회적 영향력이나 민감성을 포함하고 있다면, 정리의 기준은 더욱 까다로워진다.
무엇을 삭제하고,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누구에게 이전해야 할지는 기술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그 결정은 상황, 정서, 법률, 윤리까지 고려해야 하며, 이 모든 조율은 결국 디지털 장의사의 몫이다.
이처럼 디지털 장의사를 필요로 하는 직군은 단지 흔적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 그 흔적이 삶의 일부였고, 타인과 사회에 연결되어 있었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남긴 기록은 사망 이후에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그래서 더욱 정중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앞으로 디지털 장의사의 역할은 특정 직업군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직군들처럼 사전에 정리를 고민하고, 생전에 흔적 관리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사람은 분명 더 늘어날 것이다.
그들은 단지 ‘지우기 위해’ 장의사를 찾는 것이 아니다. 떠난 이후에도 남겨질 것을 미리 정리하고자 하는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디지털 장의사는 그 선택을 돕는 사람이다. 단지 기술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삶의 끝에서 정리를 도와주는 직업, 그 안에서 수많은 직업들의 흔적을 마주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