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의사 시선으로 본 국내 포털의 정책 변화와 그 의미
1. 디지털 사후 정리에 있어 국내 포털이 가진 영향력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은 고인의 온라인 흔적을 정리하는 일을 핵심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들이 실질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는, 포털이나 플랫폼의 정책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다시 말해, 국내 주요 포털들의 정책 변화는 디지털 장의사의 업무 환경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은 고인의 계정 접근 요청에 대해 일정 조건을 갖춘 유족에게만 정리 권한을 부여한다. 하지만 그 ‘조건’이라는 것이 플랫폼마다 다르고, 절차 또한 일관되지 않아, 현장에서 디지털 장의사가 일관된 대응을 하기가 어렵다. 어떤 포털은 사망진단서와 가족관계증명서만으로 처리를 허용하는 반면, 다른 포털은 법원의 명령서까지 요구한다.
이러한 정책의 불균형은 단순히 행정 처리의 불편을 넘어서, 고인의 디지털 존엄성과 유족의 심리적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장의사의 입장에서는 기술 이전에 제도와 규정을 먼저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는 업무의 지연, 고객 불만, 그리고 불필요한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국내 포털이 자사의 정책을 사후 관리에 대해 얼마나 신중하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디지털 장의사의 서비스 품질도 함께 달라질 수밖에 없다.
2. 변화하는 포털 정책, 그리고 그 이면의 논리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주요 포털의 정책에는 점진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특히 고인의 계정에 대한 삭제 요청 절차의 명확화, 유족 접근 권한의 확대, 사망자 전용 고객센터 마련 등은 디지털 장의사 입장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네이버의 경우, 사망자 계정 요청 양식을 정비하고, 필요한 서류 목록과 처리 기간을 공식 페이지에 안내하고 있다. 카카오 또한 디지털 유산 처리 요청을 위한 별도 상담창구를 운영 중이며,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 절차를 고도화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단순한 ‘사용자 배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주체의 사망 이후에도 개인정보 보호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국내법 및 국제 기준 강화, 플랫폼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관리, 유족 민원 증가에 대한 대응 전략 등 다층적 요인이 함께 작동하고 있다. 포털이 디지털 사망자 계정 처리 정책을 고도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사회 전체가 디지털 사후 정리에 대해 예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점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플랫폼마다 정책 해석이 자의적이라는 점이다. 같은 자료를 제출해도 담당자에 따라 승인 여부가 갈리는 경우가 있으며, 요청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비표준화된 문서를 요구하는 일이 여전히 존재한다. 디지털 장의사 입장에서는 업무 효율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포털 간 정책 통합이나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3. 디지털 장의사 입장에서 본 정책 변화의 실제 영향
실제 현장에서 디지털 장의사가 체감하는 포털 정책의 변화는 상당히 중요하다. 과거에는 유족이 직접 포털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계정 접근을 포기해야 했던 상황에서도, 이제는 디지털 장의사가 대리인 자격으로 통일된 양식을 활용해 요청할 수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고객 신뢰 확보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변화다.
또한 플랫폼 측에서도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군을 점차 ‘인정’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과거에는 외부인이 사망자 계정 관련 요청을 하는 것 자체를 수상하게 여겨 거부하거나 경계했지만, 지금은 일정 서류가 충족되면 ‘서비스 제공업체’로서 일정 부분 대화 창구를 열어주기도 한다. 이처럼 포털과 디지털 장의사 간의 관계는 점진적으로 협력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어떤 플랫폼은 삭제만 가능하고 백업은 불가하며, 어떤 플랫폼은 유족이 아닌 제3자의 요청을 원칙적으로 거부한다. 이러한 차이점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디지털 장의사에게는 큰 리스크다. 고객에게 명확한 예측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서비스의 품질관리와 고객 신뢰 확보가 동시에 어렵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장의사 업계 내부에서는 포털과의 협업 체계 마련, 정기적인 정책 업데이트 공유, 유족 대상 표준 매뉴얼 배포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제도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난 장의사라도, 플랫폼의 정책 한계 앞에서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4. 디지털 장의사와 포털 정책, 공존을 위한 다음 단계
국내 포털의 정책 변화는 디지털 장의사에게 기회이자 제약이다. 표면적으로는 계정 정리에 대한 절차가 명확해지고, 접근 가능성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불완전한 규정과 과도한 책임 전가가 존재한다. 포털은 ‘정보주체 보호’라는 명목 아래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면서도, 정작 실제로 그 흔적을 정리해야 할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권한과 길을 열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장의사는 그 사이에 있다. 고객의 요청을 받아 정리를 시도하지만, 포털의 정책에 막혀 업무를 거절해야 할 때도 있고, 모든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플랫폼이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중재자로 남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뢰를 잃는 것은 결국 서비스 제공자뿐만 아니라, 플랫폼 자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다.
또한 지금의 정책은 ‘죽음 이후’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디지털 장의사들의 업무는 점차 확장되고 있다. 생전 정리, 퇴사자의 흔적 제거, 고인의 생전 게시물 아카이빙, 디지털 유언장의 실행까지 포괄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포털은 여전히 ‘사망자 계정 삭제’에만 한정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생전 정리 요청이나 유언장 실행과 같은 복합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준비가 부족하다.
이제는 포털 역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단순히 ‘요청 접수’의 창구를 열어주는 수준을 넘어서, 디지털 장의사와의 공식 연계 시스템 구축, 사전 정리 서비스 개발, 생전 디지털 유산 설정 옵션 제공 등의 방식으로 서비스를 확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용자 중심의 진정한 디지털 사후 정리 체계가 완성될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의 시선에서 볼 때, 정책의 변화는 단순한 문서 개정이 아니라, 죽음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 변화를 의미한다. 디지털 세계에서도 이별은 이루어져야 하며, 그 이별이 품위 있고 정돈되려면, 기술과 사람이, 규칙과 공감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지금의 국내 포털은 그런 균형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며, 그 속에서 디지털 장의사의 존재는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정책은 더디게 움직인다. 하지만 장의사의 손은 늘 앞서 움직인다. 이제는 그 손이 멈추지 않도록, 포털이 먼저 응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