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의사가 관리하는 주요 플랫폼 10가지: 사망 이후의 온라인 계정 정리에 대한 모든 것
디지털 시대, 죽음조차 데이터로 남는다.
사람들은 생전에 수많은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관계를 맺는다. SNS에 올린 사진, 이메일로 나눈 대화, 블로그에 남긴 생각들까지 — 이러한 디지털 자산은 고인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인터넷 어딘가에 남는다. 실제로 한 사람이 죽은 후에도 온라인 프로필은 그대로 살아 움직이며, 때로는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뜻밖의 상처를 주기도 한다. 누군가의 생일 알림이 여전히 SNS에서 뜨거나, 사망자의 계정이 해킹되어 광고글이 올라오는 등의 문제도 적지 않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직업이 ‘디지털 장의사’다.
디지털 장의사는 사망자의 온라인 흔적을 정리하고, 필요시 삭제하거나 기념 계정으로 전환하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조치를 대행하는 전문가다. 이 직업은 IT 기술, 개인정보 보호법, 디지털 윤리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며, 특히 플랫폼 별로 상이한 계정 처리 방식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장의사가 주로 다루는 주요 온라인 플랫폼 10곳을 중심으로, 그 플랫폼에서 어떤 방식으로 계정이 처리되는지, 그리고 왜 디지털 장의사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현대 사회에서 죽음 이후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안내서가 될 것이다.
디지털 장의사가 관리하는 주요 플랫폼 10가지
1. 페이스북(Facebook)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사망했을 경우 계정을 기념 계정으로 전환하거나,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절차는 고인의 가족이 직접 신청해야 하며, 사망 증명서 등의 공식 문서가 필요하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러한 복잡한 절차를 대신 수행하고, 사망자의 계정을 안정적으로 보존하거나 삭제하는 업무를 맡는다.
2. 인스타그램(Instagram)
인스타그램은 메타(Meta) 플랫폼이기 때문에 페이스북과 비슷한 절차를 따르지만, 별도의 전환 요청이 필요하다. 일반 사용자에게는 어렵고 낯선 프로세스를 디지털 장의사가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제출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3. 구글(Google, Gmail, 유튜브 포함)
구글은 ‘Inactive Account Manager’를 통해 사망 이후 계정 접근 권한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이를 설정하지 않고 사망한다. 이 경우 유족이 구글 측에 계정 접근 요청을 해야 하는데, 개인정보 보호법이 강력한 구글에서는 심사 기준이 엄격하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를 사전에 준비하고, 법적·기술적 자문을 통해 승인 확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4. 애플(Apple ID, iCloud)
애플은 2021년부터 ‘Digital Legacy’ 기능을 통해 사망자의 계정 데이터를 가족이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생전 설정이 되어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 부분을 사전에 점검하고, 사망 후에는 법적 절차를 통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데이터 접근을 시도한다.
5. 네이버(Naver)
국내 사용률이 높은 네이버는 유족이 사망 신고와 가족관계 증명서를 제출하면 계정 삭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메일, 블로그, 카페 글 등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어 단순한 삭제로는 끝나지 않는다. 디지털 장의사는 전체 데이터를 확인하고, 고인의 흔적을 남길지, 완전히 삭제할지 유족과 상의하여 조치를 결정한다.
6. 카카오(Kakao)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다음(Daum) 블로그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하므로, 절차가 더욱 복잡하다. 특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저장되기 않기에 디지털 장의사가 사망자의 활동 흔적을 어떻게 정리할지를 고심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 및 사이버 범죄 예방을 고려한 접근이 요구된다.
7. 트위터(X)
트위터는 사망자의 계정을 영구 삭제만 가능하며, 보존이나 기념 처리 방식은 제공하지 않는다. 디지털 장의사는 유족의 요청에 따라 계정을 종료하고, 사망자의 의견이 생전에 반영되지 않았을 경우의 법률적 대리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8. 틱톡(TikTok)
틱톡은 비교적 최근 생긴 플랫폼이지만, 젊은 세대의 사망 후 관리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계정 삭제 요청은 이메일로만 가능하며, 관련 서류가 정확하지 않으면 반려된다. 디지털 장의사는 영상 저작권 및 2차 유포 방지까지 고려한 관리가 필요하다.
9. 블로그 및 개인 홈페이지
워드프레스 기반 블로그나 독립 도메인 홈페이지의 경우, 도메인 유지 기간과 호스팅 연장 여부에 따라 데이터가 사라질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 데이터를 백업하거나, 추모 웹사이트로 전환하는 등의 대응을 한다.
10. 온라인 쇼핑몰 및 결제 플랫폼
쿠팡,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페이팔 등 전자결제 서비스에 등록된 계정과 카드, 정기결제 내역은 사망자 명의로 남게 된다. 사후에도 자동 결제가 계속되는 사례가 많으며, 이는 개인정보 유출과 금융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를 빠르게 정지시키고 법적 조치를 연계해준다.
디지털 장의사의 역할은 단순한 '계정 삭제 대행'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죽음을 마주한 사회가 ‘기억’과 ‘존엄’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고인의 온라인 흔적은 단순한 데이터 집합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관계, 사고방식, 감정을 담고 있는 디지털 자아(Digital Self)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 자아를 어떻게 기억할지, 혹은 어떻게 소멸시킬지를 유족과 함께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남긴 디지털 흔적은 매우 방대하다. 하나의 이메일 계정에만 연결된 서비스도 수십 가지가 넘고, 각 플랫폼마다 데이터 저장방식, 접근 권한, 삭제 조건이 다르다. 법률적으로도 이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개인정보 보호법, 전자거래법, 저작권법 등이 얽혀 있으며, 국가 간 법적 기준도 상이하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러한 복잡한 규정을 하나씩 파악하고, 고인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한다.
또한 유족 입장에서 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사망한 이후에도 온라인 공간에서 계속 알림이 뜨거나 광고, 스팸 계정으로 악용되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디지털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문제는 감정적, 심리적 측면에서도 해결이 필요하다. 디지털 장의사는 단순히 기술적인 전문가가 아닌, 디지털 심리 케어와 추모 문화 조성을 함께 고민하는 직업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이 분야는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생전 디지털 유언장 작성을 통해 사망 이후 계정 처리 방식, 온라인 자산의 분배, 추모 페이지 생성 여부 등을 설정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미 일부 선진국에서는 디지털 자산을 법적 상속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장의사는 단순히 사후 데이터를 삭제하는 기술자를 넘어서, 디지털 상속 컨설턴트로 역할이 확장될 것이다.
요컨대, 우리가 남기는 온라인 흔적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연장이고, 관계의 연속이며, 감정의 흔적이다. 이 흔적을 누가,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고인의 존엄도, 유족의 회복도 달라진다.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은 바로 그 교차점에 존재한다.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디지털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이기에, 지금보다 더 많은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