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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ory-202506 님의 블로그

1. 디지털 장의사의 업무가 멈추는 지점, ‘사망 인증’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은 고인의 온라인 자산을 정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메일, 클라우드, SNS, 스트리밍 구독, 전자 금융 계좌 등 모든 디지털 흔적을 정리하거나 유족에게 이관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작업이다. 그러나 이 모든 업무의 출발점에는 반드시 ‘사망 인증이라는 절차가 존재한다. 사망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어야만, 디지털 장의사는 정리 요청을 플랫폼에 전달할 수 있고, 일정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계정 접근 또는 삭제 요청을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인증 과정이 의외로 제도적으로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유언장 등의 문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고인의 사망을 증..

1. 디지털 장의사를 찾는 이들은 누구인가?디지털 장의사는 더 이상 ‘고인을 위한 서비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생전 정리를 목적으로 디지털 장의사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유독 연예인, 셀럽, 방송인들의 의뢰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공적인 무대에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며 활동해온 만큼, 사적인 기록이 외부로 확산되는 위험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실제 연예계에서는 과거 활동 당시 사용했던 SNS 계정, 팬들과 나눴던 메신저 로그, 방송 준비를 위한 메모, 스케줄 관리용 앱 내역, 삭제된 줄 알았던 옛날 블로그 게시글 등이 사생활 침해, 루머의 근거, 이미지 훼손의 도구로 활용되는 일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일부 연예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온라인에 ..

1. 삭제 요청으로 시작된 상담, 위기를 마주하다디지털 장의사에게 걸려온 전화는 단순한 요청처럼 들렸다. “옛날 계정 하나를 삭제하고 싶은데요.” 상담사는 이름을 묻고, 어떤 계정인지 물었고, 상담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러나 몇 마디를 더 나누는 순간, 그것이 단지 기술적 요청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그녀는 20대 초반, SNS에 무심코 남긴 글들 때문에 회사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고,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한 블로그 댓글이 사내 단톡방에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싶다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게 됐다.그녀는 기술적 해결을 기대하고 디지털 장의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정작 상담 과정에서 “왜 이 기록을 지우고 싶은가?”, “삭제한 뒤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

1. 사랑이 끝난 자리, 디지털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헤어짐은 끝이지만, 끝이 아닌 것처럼 남을 때가 있다. 감정은 정리했지만, 휴대폰 속 사진첩, 클라우드 저장소, 이메일, 메시지, SNS 태그는 여전히 그대로였다.지워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손이 가지 않았다. 클릭하는 순간, 다시 상기될 것 같았고, 지운 다음에는 다시 복구할 수 없을까 두려웠다. 실제 상담을 신청했던 30대 여성 A씨는 “헤어지고 2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 사람의 이름으로 된 폴더가 내 클라우드 안에 있었고, 지우는 게 왠지 ‘한 번 더 이별하는 느낌’이라서 계속 미뤘다”고 말했다.그녀는 결국 디지털 장의사를 찾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정리를 도와주는 기술자 정도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몇 번의 상담을 거치며, 이 작업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