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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장의사

디지털 장의사와 허위 리뷰 삭제 요청: 계정 정리보다 어려운 평판 관리의 실체

mystory-202506 2025. 7. 4. 22:18

 

1. 허위 리뷰, 디지털 장의사의 또 다른 의뢰 사유로 떠오르다

디지털 장의사는 본래 고인의 온라인 계정과 데이터를 정리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직군이 최근 마주하는 새로운 유형의 의뢰가 있다. 바로 디지털 공간에 남겨진 ‘허위 리뷰’를 정리해달라는 요청이다. 놀랍게도 이러한 요청은 단순한 업체 평판 관리가 아니라, 실제 사망자 또는 퇴사자, 전직 연예인, 혹은 장례 직후 유족을 대상으로 한 악의적 리뷰 대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 사례에서는 사망한 유명인의 팬클럽 운영 계정을 상대로 거짓 정보가 포함된 리뷰와 댓글이 포털에 지속적으로 업로드되었고, 유족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디지털 장의사를 찾았다. 일반적인 리뷰 삭제 요청은 고객센터를 통해 진행할 수 있지만, 이 경우처럼 고인이 된 당사자의 직접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제3자가 처리해야 한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 과정에서 단순 삭제 요청을 넘어서, 리뷰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 수집, 허위성 판단에 필요한 논리 구성, 각 플랫폼별 정책에 맞춘 대응 전략 수립까지 수행해야 한다.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디지털 평판과 사후 명예를 동시에 지키는 법적·기술적 정비 작업이 요구되는 것이다.

2. 삭제보다 어려운 것은 ‘허위성 입증’이라는 벽

디지털 장의사에게 허위 리뷰 삭제 요청이 들어올 때 가장 큰 장벽은 단순하지 않다.
리뷰가 허위임을 증명해야 하고, 주관적 표현과 명예훼손 사이의 경계를 판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에서는 단지 “불쾌했다”, “기분이 나빴다”는 표현이 있는 글을 ‘의견’으로 간주하며 삭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말이 실제로는 사망자나 유족을 조롱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실제 한 케이스에서는 장례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고인의 이름이 언급된 리뷰가 복수의 커뮤니티와 포털 리뷰 창에 등장했다. “사람 죽은 티를 내고 관종처럼 행동하더니 결국은…”이라는 문장이 포함된 이 리뷰는 명확한 사실왜곡이자 사망자에 대한 모욕이었고, 유족은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 리뷰의 허위성과 악의성을 정리해, 포털 고객센터에 공식 문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문건은 고인의 사망일을 증명하는 사망진단서, 장례식 일정표, 유족의 감정 피해 진술서 등이 포함되었고, 리뷰가 ‘주관적 의견’을 가장한 공격이라는 점을 법리적으로 해석해 설명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문제는 이러한 절차가 대부분 비표준적이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점이다.
디지털 장의사들은 이를 위해 법무법인과의 협업, 정보보호 컨설턴트와의 기술 자료 분석, 심리상담센터와의 연계 진술서 확보 등의 방식으로 다층적 대응을 해나가고 있다.
삭제 한 건을 성공시키기 위해 준비하는 자료는 보통 A4 10장 이상, 처리 기간은 1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3. 디지털 평판의 무게, 죽음 이후에도 가벼워지지 않는다

허위 리뷰는 단순히 명예훼손이나 이미지 타격으로 끝나지 않는다.
특히 고인의 이름으로 남겨진 데이터는 가족, 친구, 직장 동료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검색만 하면 쉽게 노출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리뷰 하나가 전체 사람들의 기억을 왜곡시키고, 고인의 이미지가 인터넷상에서 ‘조작된 기억’으로 변형되는 현상도 발생한다.

 

또한 퇴사자나 전직 연예인, 유명 인플루언서의 경우에도 사망이 아닌 ‘공백’ 상태에서 온라인상에 남겨진 흔적들이 허위 리뷰로 재가공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디지털 장의사는 그 흔적이 허위라는 것을 분석하고 정리해주는 업무 외에도, 고객에게 “정리해야 할 것과 남겨야 할 것”을 구분하도록 도와야 한다.


일부 정보는 법적으로 삭제가 불가능하지만, 노출을 줄이거나 검색 결과에서 제외되도록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고객의 고통을 최소화한다.

디지털 장의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비판을 단순히 피하려 하지 않는 태도다.
단순히 불리한 리뷰가 있다고 해서 모두를 삭제 대상으로 삼지 않으며, 실제로는 “이 리뷰는 남겨두되, 그에 대한 설명을 함께 정리하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접근은 고객의 평판이 오히려 개선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즉, 정리와 삭제는 다르고, 그 판단의 기준을 고객 혼자 짊어지지 않게 해주는 것이 디지털 장의사의 역할이다.

4. 허위 리뷰 삭제 요청, 기술이 아니라 윤리로 해결해야 하는 이유

디지털 장의사가 수행하는 허위 리뷰 삭제 요청 업무는 단순한 기술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누군가의 기억을 정리하는 일’이고,
누군가의 삶과 죽음, 고통과 회복을 어떻게 온라인 공간에서 다뤄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다.
고인의 명예, 유족의 감정,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세 요소가 얽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장의사는 기술보다 먼저 윤리와 판단의 기준을 가져야 한다.

리뷰를 단순히 ‘글’로 보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 글이 누군가의 아픔을 확대하고, 고통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인을 조롱하는 리뷰, 남겨진 사람의 감정을 무시한 평점 평가,
사실을 왜곡해 분노를 유도하는 댓글들이 인터넷에 쌓이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 속에서 기술자이기보다, 정리자이자 조율자로 기능해야 한다.
삭제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며, 그 전에 할 수 있는 정리와 설득,
그리고 설명이 우선되어야 한다.


때로는 리뷰 작성자에게 연락을 취하고,
경우에 따라 플랫폼 운영자와 직접 협의하며,
필요하면 심리 상담 전문가와 함께 유족의 피해 진술서를 작성해주는 것까지가 모두 이 업무의 일부다.

허위 리뷰를 지우는 일이 단지 기업의 요청이 아니라,
사람의 권리를 지키는 행위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 없이는,
이 일은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특히 죽음을 다루는 직업이라면, 더욱 조심스럽고 진지해야 한다.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기술적 완성도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먼저 정립되어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디지털 흔적이 생성되고,
그 속에서 더 많은 허위 정보와 왜곡된 평판이 생성될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이 글은 지워야 할 만큼 위험한가?”,
“이 리뷰는 삭제보다 설명이 더 필요한가?”,
그리고
“누군가의 삶과 죽음을 다룬 기록에, 우리는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가?”

디지털 장의사는 그 질문을 대신 던지고,
그 질문의 답을 조용히 찾아주는 사람이다.
기술로는 끝낼 수 없는 정리를 위해,
오늘도 한 줄의 리뷰를 마주하고, 깊은 숨을 내쉰다.